학생부종합전형과 학습 패러다임의 전환

 

 

 

 

대학입시는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제도권 교육의 종착지이자, 삶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사회적 진출의 출발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더하여 대학도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대학의 위상과 존립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학입시는 교육 주체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고차 방정식의 영역이다.

 

 

공교육 정상화 위한 학생부종합전형


역사적으로 볼 때, 대입전형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에 관한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한 정부의 교육적 관심과 정책적 의지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왔는데, 최근의 흐름은 대학입학전형 간소화의 기조 하에 교과와 비교과 전형의 통합을 추진하는 방향을 견지해 왔다. 무엇보다 학생 개인의 역량을 점수로 획일화하지 않고 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역량을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방향으로 입시전형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적과 고등학교의 입장에서 학교의 교육 활동이 수능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의미 있게 교육활동이 진행되고 학생의 성장 변화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대입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공교육 정상화 목적이 결합되어 변화되어 왔고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2010년 교육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자율화와 다양화된 교육 체계 구축을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전격 도입한 제도로, 점수 위주의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학생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비롯해 문제해결력, 창의력, 리더십 등을 평가의 주요 요소로 삼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이 전형은 수능과 구별하고 미래 우리 사회를 살아갈 창의적인 인재를 학교 교육을 통해 육성하기 위하여 고교내신뿐만 아니라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 소개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의 성장 과정과 결과, 지원동기, 인성, 관심영역, 노력과 열정 등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으로 입시전형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에 해당한다.

 

 

교사의 평가·기록 신뢰 확보를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갖는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교사별로 편차가 심한 깜깜이 전형이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이다.


우선 깜깜이 전형이라는 것은 학생의 성장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교사의 기록에 대한 신뢰성과 교사별로 차이가 나는 역량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사람이 참여하고 운영하는 입시제도이니 만큼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지만, 교사의 평가와 기록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교사가 공정성과 기록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다른 주체들로부터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학 입장에서 인재 선발에 필요한 자료들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이 입시 자료 생성에 공정성을 마련하는 정책들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교과 영역의 다양한 교육활동에 대한 기록을 교사의 자기소설 방식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불신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다음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수능과 학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수능과 비교해 학종에서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에게 어떠한 영향을 얼마만큼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학종이 부모의 재력과 무관한 입시 전형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교육과 학부모의 정보력, 기획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입전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인정위에서 대입전형과 부모의 재력, 기획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양하게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학생의 진정한 실력이외에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여건과 같은 것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학종·수능은 전혀 다른 전형 아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학종과 수능이 전혀 다른 전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종은 점수로 획일화하는 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역량을 평가하고, 학교의 교육 활동이 학생의 성장 변화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교육 정상화 목적 속에서 도입된 입시전형으로 학종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수능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종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의 대부분은 수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학종은 수능의 높은 점수를 미리 보여주는 선행지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소위 상위권 대학들이 학종 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수능 이전에 확보하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정책은 대학입시로 귀결되었고, 고교 교육과정은 대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많은 교육학자들은 대학 서열화가 강고한 우리 사회에서 입시가 고등학교 교육 활동을 정상화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고교 교육활동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학생의 일상은 고통이 될 것이고, 학교 삶 자체가 입시의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에게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제공되는 방향으로 학교의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 이 정점에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다.

 


학종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


학종은 기존 입시 전형과 달리 공교육 정상화를 유도하고 다양한 교육 활동으로 학생들의 성장과 역량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교육 정책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해 입시전형이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입시전형과 달리 공교육 정상화를 유도하는 전형이다. 수능과 같이 문제풀이식 수업이 아니라, 수업의 과정을 기록하는 학생부 기재 방식으로 전환됨으로써 학교교육활동이나 수업 혁신에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고교 교육의 수업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학종을 통해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찾아 스스로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교육 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게 되고,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입시에 매몰되었던 고등학교의 학습 문화를 변화시키고 고등학교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학습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학종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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