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한원경 대구광역시교육연수원장

 

이 시대에 우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이런 시대적 질문과 답을 인문소양이 제시해 주어야 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올해가 4차 산업혁명의 원년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영화나 공상과학소설에 먼저 등장하였다. 영화에 감성로봇,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비서 등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인간과 감정 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펫퍼 1,000대가 판매되었다. 판매시작 1분만에 다 팔렸다고 한다. 인간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파악하여, 대화가 가능한 감성로봇이다. 우리 돈으로 18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스는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교육에 시사점을 얻기 위해 생전 자신의 미래 전망이 가장 잘 들어맞은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가상 시나리오’를 인용해 보겠다.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강 유역에 원시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백인들이 나타나 그 인근 상류에 거대한 댐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10년쯤 후 댐이 완공되면 강물이 말라 그들의 생활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도 이를 모르는 원시 민족은 그들의 후손에게 생활하는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법, 카누를 만드는 법, 사냥을 하는 법, 농사를 짓는 법 등을 여전히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댐이 완성되자 그 원시 종족과 그들의 문화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이 학생들을 꿈꾸게 할 수 있고, 희망을 노래하게 할 수 있다. 가상 시나리오에 나오는 원시 종족처럼 우리 학생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 카누 만드는 법과 같은 미래의 변화를 모르고, 과거의 내용과 방식을 답습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대적 질문과 답을 인문소양에서 찾다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을 가장 잘 하고 있는 나라는 에스토니아라고 한다. 지중해 근처에 있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20년 전인 1993년부터 유치원생을 비롯한 전 국민들 대상으로 ICT,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였다. 그 결과 1993년도에 1,150 달러였던 1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가 2013년에 19,129 달러가 되었다. 20년 만에 17배 정도 성장하였다. 
  최근에는 에스토니아가 빅데이터 과학, 수학교육을 강화하는 2차 교육혁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교육 결과,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평가에서 에스토니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핀란드를 넘어 서고 있다고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문제를 공식을 이용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풀어, 정답을 찾는 경쟁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모방하여 양적 성장과 수평적인 팽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질적인 성장과 수직적 팽창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사람은 물론 기계와 소통하는 교육과 더불어 우리는 우리의 좌표를 읽을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큰 시대적 변혁기에는 지금 우리가 어느 좌표에 서 있는지, 어디를 쳐다보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오늘의 인문학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이 시대에 우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이런 시대적 질문과 답을 인문소양이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인문소양을 위한 ‘인문고전 읽기’와 ‘디베이트’
  현재 인류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자연과의 화해 문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문제, 경제 양극화 문제, 소통의 문제, 금융자본의 문제, 기아 문제, 정치 체제 문제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클래식한 인문 고전을 한 권 읽고 난 후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 고전의 특성상 저자의 권위에 눌려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반드시 저자의 주장과 반대되는 논제의 디베이트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저출산이 불러올 전 지구적 재앙”이라는 문제와 그 답을 찾기 위해서 필립 롱맨이 쓴 『텅 빈 요람(The Empty Cradle)』을 먼저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과 반대되는 “노후 생활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라는 반대 논제로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토론을 한 후 불경과 성경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공자는 논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플라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무어라고 답을 하고 있는지, 또 다른 사상가들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지까지 파악해 본다. 이렇게 읽다가 보면 아무리 성현이라고 하더라도, 유명한 사상가라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 했구나?’를 확인하게 되고, 그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 문제가 바로 큰 질문이 될 수 있다. 
  이 큰 질문을 갖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기술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답을 찾아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시대의 좌표를 읽는, 큰 숲을 보는 인문학적 질문 없이, 개별 지능정보기술로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정하기 어렵다.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방향과 좌표가 없는 지능정보기술은 문명의 이기가 되기보다는 끔찍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교육청은 2005년에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시작하여, 2007년에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2009년에는 읽고 쓰기를 통합하기 위한 ‘학생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운동’을 전개해 왔다. 책쓰기 운동으로 7만 명의 학생저자가 탄생했다. 시중에 출판된 도서가 178권에 이르고 있다. 2012년부터는 ‘디베이트 중심도시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2014년부터 질적 변화를 통해 교육 공동체의 행복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100-100-1 프로젝트’ (인문도서 100권 읽기, 100번 토론하기, 1권의 책쓰기)로 바꾸어 인문소양교육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책쓰기 교육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동일한 정책을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면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13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2014년 11월부터 전국 초·중등학교의 인문교육을 위해 교육부의 인문소양교육지원센터가 대구에 설립되었다. 이 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생들의 인문소양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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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경 원장은 경북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18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장학사, 장학관을 거쳐 현재 대구광역시교육연수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부장관 지정 ‘독서, 글쓰기 정책 신지식인’으로 꼽힌 바 있는 그는 대구교육청 장학사로 7년간 아침독서 10분 운동, 삶을 가꾸는 글쓰기 운동, 학생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운동, 디베이트 중심도시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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