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에 하버드의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정신의 구조 Frames of Mind』라는 책에서 7가지 지능의 개요를 밝혔다. 이 책은 혹평가 호평을 동시에 받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우리의 상식적인 관찰 결과를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드너가 말하기를, 우리 모두는 언어, 논리, 수학, 공간개념, 음악, 운동 등의 능력과 타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상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 그는 여덟 번째 지능을 제안했다. 그것은 자연을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다.
가드너의 발표가 나온 지 10년 안에 상당한 수의 교육학자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고,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만드는 기본 토대로 다중지능 이론을 채택했다. 수학이나 읽기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사실상 모든 아이들이 이 여덟 가지 영역중 적어도 한 부분에서만큼은 재능을 보여주므로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능의 다양한 영역을 바탕으로 한 학교의 프로그램은 어떤 영역이든 아이들의 취약한 영역을 단련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1) 언어지능
아이들은 이미 자궁 안에서부터 언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만7,8세까지, 정상적인 아이라면 문법과 어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대화를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시 낭송, 옛날이야기, 연극 등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의 좌반구 쪽에서 말을 받아들이고 만들어내는 기능이 더욱 특화되며,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의 대뇌피질이 더 두꺼워진다.
① 버지니아 대학의 재클린 존슨과 로체스터 대학의 엘리사 뉴포트는 미국 이민자들에게 제2외국어인 영어의 습득 정도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만 세 살에서 일곱 살 사이에 이민을 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만 여덟 살에서 열 살 사이에 이민 온 사람들은 원어민보다 평균 15~21%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만 열한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에 온 사람들은 원어민보다 평균 35~50%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만 열일곱, 또는 그보다 나이가 들어서 이민 온 경우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보통 사람보다 평균 60~86%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급격하게 언어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제2외국어뿐만 아니라 모국어를 습득하는 데서도 타나난다. 이것은 야생의 상태로 살다가 구조된 아이들과 청각장애 아이들이 아니가 든 후에는 말하는 법과 손짓, 몸짓으로 신호하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사실이 이러한 원칙을 통렬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② 미국 아동 중 3~6%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청각, 시각, 지능, 운동기능 등이 모두 정상인데도 이해하기, 말하기, 읽기를 배우는 데 몹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증후군을 일컬어 언어학습장애라고 한다. 언어학습장애가 있능 아딜은 ‘바’와 ‘다’ 같은 기본적인 소리를 구별하는 데 다섯 배나 더 오래 걸린다. 이러한 지체는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을 근복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언어학습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심지어 간단한 구절조차 이해하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수가 있다. 그 아이들의 80%는 학교에서 읽기를 배울 때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 아동의 15%, 대략 2천만 명의 아이들이 ‘난독증’으로 분류되는데, 뉴저지 주립대학의 폴라 탤럴은 이러한 증세의 근본 원인은 기본적인 음소를 구별하는 데 지체를 겪기 때문이라고 본다. 탤럴은 아이가 만 1,2세경에 만성 중이염을 앓아서, 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바’음이나 ‘다’음 같은 기본적인 소리가 뇌에 새겨지지 못한 까닭이라고 추측한다.
아이들이 언어학습에 문제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언어학습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초등학생 시기에 많은 책을 읽고, 또 책 읽어주는 것을 듣고, 시를 비롯하여 모든 형식의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접해보아야 한다.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들의 두뇌 발달이 그러한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고,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두뇌 발달은 다양한 형식의 언어에 얼마나 많이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2) 수학지능
아기들이 수 개념과 논리력에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아이들 모두가 수학지능에 관한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학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으며,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다른 친구들이 공책에 써가며 문제를 푸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암산을 하면서 수학에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① U.C.L.A의 교육학 연구자이자 교수인 로첼 겔먼은 아이들이 수학과 멀어지게 되는 분기점이 분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점을 입증했다. 수학에 재능이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무질서 속에서 어떤 규칙성을 곧잘 발견한다.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수의 계열과 셈법에서 벗어나는 분수를 배우게 되면, 아마도 분수란 여태껏 알고 있던 틀을 가지고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거나, 최소한 기존의 토대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들이 너무 많아 새로운 토대 위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수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읽고 선생님께 물어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분수, 소수, 대수 등 새로 접하는 모든 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토대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② 많은 여학생과 여성들이 과학과 수학에 관련된 직업을 어려운 것,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어머니라는 역할과 양립할 수 없다고 여긴다. 실제로 이쪽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엄마가 되는 경우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아버지가 되는 비율과 비교해볼 때 확실히 적다. 예를 들어, 만50세가 넘은 여성 화학자 중에서 거의 40% 가량이 아이가 없다. 같은 연령대의 남자 화학자들 중 9%만이 아이가 없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결국 많은 여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사람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학생들은 과학기술 과목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다른 분야를 더 좋아하고, 그 쪽으로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3) 공간지능
사실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공간지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복도를 지나서 모퉁이를 돌아 흔들의자를 옮겨놓으려고 하면, 그 의자를 들어올리기 전에 먼저 그 의자의 모양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머릿속에서 그려보아야 한다.
① 아이들은 블록으로 탑을 쌓기 시작하고, 퍼즐을 끼워 맞추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 수 있게 될 무렵부터 이러한 형태의 지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중 어떤 아이들은 레고 블록을 가지고 멋진 성이나 공룡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독창적인 인형 옷을 만들기도 하며, 진짜처럼 보이는 집에 3차원으로 생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간 감각이 뛰어난 아이들은 나중에 건축가나 조각가, 엔지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화가가 되기도 한다.
② 초등학교 시기에는 수십 가지의 재미있는 공간감각 기르기 활동을 해 볼 수 있다. 안전한 지도 감독 하에서 정글짐 기어오르기도 그 중의 하나이고, 새집이나 개집도 디자인하고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딱딱한 종이로 가면이나 꼭두각시 인형 머리 만들기, 방을 장식하거나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종이 옷본을 오려서 바느질 해보기, 종이접기, 3차원 조각그림 맞추기, 모형 만들기, 진흙 조각하기, 빵이나 과자반죽 모양 만들기, 감자․나무․물고기․양배추․래ㅣ놀륨 블록 등의 질감을 살려 도장 찍기 놀이 등을 해볼 수도 있다.
공간지능은 감각을 통해 사물의 실체에 가장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실제적인 능력이며,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신능력 중 하나이다. 또한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4) 음악지능
보통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든, 개인교습을 받는 간에, 어떤 형식으로든 음악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피아노 레슨은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집중할 수 있을 만큼 크자마자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나이가 보통 다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다. 현악기를 가르치는 경우, 2분의 1에서 16분의 1 크기로 축소한 작은 악기는 좀더 일찍 시작할 수 있으나, 제대로 된 크기의 바이올린, 비올라 등의 현악기는 늦어도 만 아홉 살에서 열 살 사이에는 배우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관악기나 타악기 레슨도 아이의 나이와 집중능력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음악협회에 따르면 늦어도 만 열 살이나 열한 살에는 시작해야 한다.
① 독일 뇌 연구자들이 뇌의 절대음감을 담당하는 부위를 추적해보았다. 절대음감이란 올림 가 음, 내림 나 음 등 특정한 음정을 들은 후, 음계에서 주변의 다른 음들과 비교해보지 않고도 어떤 음인지 분간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동안 신경학자들은 음악이 주로 뇌의 우반구에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연구자들은 절대음감이 좌반구의 언어와 관계있는 측두평면이라는 부분에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마도 절대음감은 어떤 신경학자가 추측하듯, 그 곳이 중추일 것이다. 왜냐하면 음악가들이 어떤 음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언어적이 연상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② 아직까지는 음악적인 면에서 기회의 시간대가 있다는 사실보다는 언어습득에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사례가 훨씬 많지만, 결국 일반적인 의미에서 두 가지 모두가 뜻하는 바는 똑같다. 즉, 초등학교에 다닐 때가 노래나 악기를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시가라는 것이다. 아이의 음악지능이 보통이거나 좀 낮다 하더라도, 음악을 통한 경험 - 그 경험이 자극을 줄 수 있고, 재미있기만 한다면 - 은 아이가 장래에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5) 신체지능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 비만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1960년대에는 만6~17세 사이의 아이들 중 5%가 비만 판정을 받은 데 비해, 1990년대에는 그 비율이 11%까지 올라갔다. 특히 미국 흑인 여자아이들한테서 심각한데, 이 아이들 중 16%, 대략 6명 중 1명꼴로 극심한 비만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키와 나이에 비해 체중이 평균 이상으로 많이 나간다.
①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부모의 아이들이 좀 더 활동적인 아이로 자라게 된다. 누구나 운동은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 편이 20대, 30대 또는 더 나이를 먹어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능숙한 솜씨로 발달시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아이들의 근육운동 감각지능과는 상관없이, 신체활동은 근육운동 신경피질과 뇌의 다른 부분들에 강화작용을 한다.
② 스포츠 심리학자인 척 호건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운동 스케줄을 강요하며 부담을 주고, 코치나 심판, 아이들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거친 말을 해대며, 남보다 뛰어나지 못하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지닌 부모들을 비난한다. 호건은 이렇게 섰다. “우리는 아이들이 즐거움을 위해 경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여러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저 자유롭게 그 속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고 노는 것, 그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기술을 발달시킨다는 면에서는 “실패라는 개념은 깨끗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6) 대인지능과 개인지능
어떤 아이들은 날 때부터 협상에 능한 사람, 감정이입을 잘하는 사람, 또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듯 하기도 하다.
① 마거릿 켈리는 『엄마를 위한 연감』이라는 책에서 “강한 우정은 아이들에게 인정과 연민, 명예와 정직, 충실함과 분별력, 신용과 신뢰, 웃음과 유머를 가르쳐준다.”고 쓰고 있다. 우정이란 가끔 중재하는 심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정이 끝까지 굳건하게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해주는 부모들은 이러한 영역의 지능을 탐색하고 발달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② 개인지능이란 자의식, 도덕심, 책임감 등을 포괄하는 능력이다. 가장 건강한 아이들은 차갑고 잘 받아주지 않는 부모보다는 따뜻하고 자신을 받아주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라는 데 심리학자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즉, 늘 관대하기 보다는 확실한 규칙을 적용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 따르는 결과를 정해놓는 부모, 그리고 심하게 통제하기 보다는 아이의 개성과 자율성을 지지해주는 부모가 아이들을 건전하게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이에 맞는 집안일을 거든다든지, 최근의 사건들, 영화, 책 등에 관한 가족토론에 참여한다든지, 부모와 나란히 자원봉사를 하는 것 등이 이러한 성격을 발달시키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어린 시절에 정립된 노동의 윤리는 평생에 걸쳐 큰 만족의 근원이 되어줄 것이다.
7) 자연에 대한 지능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숫자감각을 지니고 있고,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감각도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듯이, 아이들은 살아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그런데 어떤 집들의 주변 환경은 다른 집들보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더욱 촉진해준다. 그러나 아이가 어디에 살고 있든 현장학습, 휴가여행, 캠핑, 원예, 하이킹, 조수 웅덩이에서 자연 관찰하기, 들새의 생태관찰, 자연사에 관한 책, 자연 다큐멘터리 등이 모두 경험이 될 수 있다.
① 케빈과 킴 래프너리는 『아이들의 정원 가꾸기』라는 책에서, 아이들이 작은 뒷마당의 좁은 땅에 사는 식물, 새, 뱀, 벌, 나비, 벌레, 도마뱀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십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쌍안경, 확대경, 현미경, 현장안내서, 공책, 스케치북, 연필 같은 도구를 이용해 초등학생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관심을 북돋워줄 수 있다. 클럽활동이나 수업, 또는 학교에서 배우는 생물과목을 통행서도, 잘만 하면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워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생물수업, 즉 아무 연관관계도 모른 채 그저 발에 있는 뼈 이름을 외우거나 변형균의 일생주기를 암기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흥미를 갖기도 전에 억눌러버릴 위험이 있다.
② 지능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대한 지능도 재미있고, 탐색해볼 수 있고,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물학에서는 나뭇잎의 색깔이 왜 변하고, 겨울에 개구리는 어디로 가며, 사람들이 왜 재활용을 하고, 새들은 왜 알을 낳으며, 사슴의 뿔은 왜 때가 되면 떨어지고 다시 나는가 등, 그 때 그 때 호기심의 대상으로 표면화되는 주제에 학습의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숲을 거닐고, 해변을 따라 산책하고, 호수 주변을 돌아다녔던 모든 경험들이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더 많은 호기심을 갖게 해주는 동력이 될 수 있다.